본문 바로가기
경제

골프의 경제학

by 남자의 속마음 2021. 6. 26.
반응형

모처럼 라운딩을 했다. 연중 행사로 하는 골프다. 쉰 살부터는 1년에 한 번, 또는 두 세 번 가량 쳐왔다. 무엇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 멀리한 측면이 있다. 물론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골프장이 수백 개 되는 데도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로 해외 골프 여행을 못 나가니까 국내 골프장들이 슬쩍 비용을 올린 구석도 있는 것 같았다.

수도권 골프장은 지방보다 훨씬 비싸다. 어제 들른 곳은 의정부에서 가깝다. 그러다보니 골퍼들이 아주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충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한 사람 앞에 30만원을 넘겼다. 평일 그린피 21만원, 주말은 27만원이었다. 카트비 9만원, 캐디피 13만원이었다. 그린피 말고도 1인당 5만50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일 26만5000원이 들었다.

클럽하우스에서 한 끼는 먹는다. 식사값도 싸지 않다. 1인당 2~3만원은 잡아야 한다. 그럼 최소 3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지 않은 비용이다. 그럼에도 골프장은 예약하기가 힘들다. 주말은 물론 평일도 꽉 찬다고 했다. 때문인지 전국의 모든 골프장이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듯 하다. 골프장에서 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기도 한다.

30만원이면 4인 가족이 평균 3차례 외식을 할 수 있다. 혼자 운동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경제적일까.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다. 그래서 운동을 줄이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능력이 될 경우 가족 단위로 운동을 하면 좋다. 그러나 그만한 능력이 되는 계층은 상위 1%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골프가 대중화되려면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 지금보다 절반 정도 비용이면 적합할 듯 하다. 한 번 나가는 데 15만원 정도라면 직장인도 한 달에 한 두 번 나갈 엄두가 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직장인에게 1회 비용 30만원은 적지 않다. 나부터 부담을 느낀다. 요즘은 여성 골퍼도 많다. 평일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정도이니 말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돈보다도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경제적이지 않다. 어제 하루 동선을 살핀다. 서울 당산동 집에서 골프장까지 거리는 50km 내외. 밀리지 않으면 40분 정도 거리다. 아침 9시 40분쯤 집에서 나갔다. 골프장 도착 시간은 11시 10분. 가는 데 1시간 30분 걸렸다. 올 때는 조금 더 걸렸다. 골프장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6시 40분쯤 출발했다. 집에 오니까 8시 20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꼬박 11시간쯤 걸린 셈이다.

주말에는 이보다 더 걸릴 수 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도 이 지경이니 더 떨어진 곳은 1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새벽에 골프를 치면 그나마 낫다. 가는 데 시간이 덜 걸리고, 올 때도 상대적으로 교통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내가 연중 행사로 골프를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골프를 재미 없다고 하는 사람은 보지 못 했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 골프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져 들지는 말자. 가족과 일이 우선이다.
#오풍연 칼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