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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하지 마라 우연찮게 눈에 띄는 사고(社告)를 발견했다. “기자 하지 마라” 한 신문사의 수습기자 채용 공고였다. 내용도 사실에 가까웠다.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했는데 선배들의 첫마디가 그렇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선배들도 그런가 보다. 잔뜩 기대를 걸고 들어온 새내기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격려의 말 대신 힘 빠지는 소리를 하다니…. “현장과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일 터지면 자다가도 달려갑니다. 변명이나 ‘대충’은 결코 통하지 않습니다. 무한책임을 집니다.” 사실 그대로다. 오히려 군대보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기자가 된다.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육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 하지 마라”는 충고를 일찍 터득한 것일까. 그래도 보람은 있다. 역사의 현장.. 2010. 8. 5.
어느 부장판사의 죽음 신문 사회면에 하루도 빠지지 않는 기사가 있다. 바로 사망 관련 기사다. 그만큼 관심도 크다. 저명 인사의 경우 죽음부터 발인까지 상세히 보도한다. 특히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땐 뒷 얘기도 무성하다. 전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목숨을 끊으면 더 들끓는다. 부장판사. 중견법관으로 앞길도 탄탄하다. 그런 판사가 투신 자살했다면 믿어질까. 명성도 있고, 생활도 안정되고 죽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다. 때문인지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죽어서 더 관심을 끌면 무엇하나. 회의감마저 든다. 가족들의 충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가 남긴 유서가 눈길을 끈다. “판사는 의심하는 직업이다. 의심과 마음의 저울이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에서, 가족관계에서도 드러나고 심지어.. 2010. 8. 4.
이름 때문일까 사람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이름을 짓는다. 아예 출생도 하기 전에 이름을 지어 놓고 기다리는 부부도 있다. 예전에는 보통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셨다. 물론 돌림자를 땄다. 그래서 집성촌에 가면 비슷하거나 똑같은 이름이 적지 않다.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해 보라. 같은 이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름이 나와 있는 전화번호 책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기자라는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난다.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다반사다. 그 뒤 몇 번이고 만나면 몰라도 얼굴을 잊어 버리기 쉽다. 얼굴을 몰라봐 미안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 포럼에서도 경험을 되풀이 했다. 한 분이 멀리감치서 웃고 다가왔다. 나를 잘 아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그에게서 명함을 건네받은 다음에.. 2010. 8. 3.
당신 끝까지 책임질게 집에 있을 땐 주로 텔레비전을 본다. 가족과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채널 선택권이 여자들에게 있기 때문에 따라 본다. 아침 생방송을 봤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 일상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 사는 것을 소재로 하니까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다. 자신과 이웃의 얘기가 많다. 별난 사람 보다 보통 사람들의 얘기여서 귀에 쏙 들어온다. 그 날의 주제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였다. 밥 하는 것부터 빨래하는 것까지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얘기를 풀어갔다. 남자 출연자들은 머쓱해 했다.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사실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라면 끓여 먹는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도 도출됐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 201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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