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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일반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보면서

by 남자의 속마음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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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온오프라인으로 190여명의 총경이 참석했으며,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궁화꽃 화분을 보내 참여 의사를 표했다. 회의 참여 의사를 밝힌 이는 총 357명으로 총경이 600명 안팎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약 60%에 달하는 규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경찰서장들이 이 같은 집단 행동을 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래서 더 관심을 모았다. 경찰은 검찰보다도 상명하복 조직 성격이 강하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을 때도 설마했다. 경찰서장까지 나설까 했는데 현실이 됐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경찰의 책임자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나는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검경 수사권 분리로 경찰의 힘이 세진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예전 검찰 만큼은 아니더라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는 사실상 없었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있다고 하지만 유명무실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경찰에 모든 것을 맡겨 놓는 것은 옳지 않다. 권력의 견제 차원에서도 그렇다.

굳이 멀리 볼 것도 없다. 법무부에도 검찰국이 있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은 검찰국에서 다룬다. 검찰의 전횡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경찰국도 만들었다고 여긴다.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 모두 경찰 출신이다. 물론 경찰국을 만들면 행안부 장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게다. 모든 경찰이, 경찰서장들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바로 대기발령조치 됐다.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났다. 또 다른 화근이 될 지도 모르겠다. 경찰청 입장에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너무 빨리 손을 댔다. 이 같은 인사 조치에 항의하는 집단 반발이 생길 수 있다. 타깃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다.

총경들은 이날 회의 후 입장문에서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해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단행동이 더는 없어야 한다. 경찰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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