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빵 터졌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그런 게 아니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그랬다. 주연은 민주당 법사위 위원들. 잔뜩 벼르고 나왔지만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헛발질을 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다. 여러 명이 코미디를 했다. 억지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한동훈을 잡기는커녕 보기 좋게 되치기 당했다는 표현이 딱 맞을 듯 싶다.
오죽하면 민주당에서도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까. 이번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김남국 최강욱 등 민주당 의원들이 주인공이다. 모든 국민을 웃겼으므로 그에 대한 공로패는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준비 부족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의원들의 자질도 의심케 했다. 실수라고 하기에도 낯이 간지러울 터. 박홍근 원내대표마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어떻길래 그런 얘기들이 나올까. 지난 9일부터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청문회 과정을 살펴본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한동훈에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욱 꼼꼼하고 완벽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너도 나도 똥볼을 세게 찼다. 반면 한동훈은 매우 차분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한동훈의 완승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압권은 김남국 의원이었다. 그는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1저자로 썼다”라고 말했다. 이는 교신저자인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일컫는 이모로 잘못 이해한 발언이었다. 나도 한 후보자 장인을 잘 알기에 가족 내역을 알고 있다. 분명 딸이 하나인데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한 후보자도 당황한 듯 했다. “제 딸이요? 누구의 이모를 말씀하시는 건가”라며 “제가 (딸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 쓰기는 했지만, 이모와 논문을 같이 썼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이모 교수가 이모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자신의 명의로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확인해보니 물품을 지급했다는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한OO’이라고 된 것은 한국쓰리엠 같다. 제 딸 이름이 영리 법인일 수는 없다”라고 바로잡았다. 그러면서 “영수증이 한국쓰리엠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다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더 가관은 이수진 의원이었다. 마치 주정을 부리는 사람 같았다. 그는 청문회 내내 후보자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청문위원의 말까지 잘라가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뒤편에 있는 보좌진마저 아연실색하게 했다.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겠다. 이수진은 판사 출신으로 나경원을 꺾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말고도 실수를 자주 해 자질을 의심받기도 한다.
“청문회장에 청문위원이 아니라 도떼기 시장에 진상 손님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어차피 못 이길 청문회 국민께 웃음이라도 드리자 작정한 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국민의힘 촌평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부끄러워할 줄 모르니 얼굴이 두껍긴 하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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