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한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새벽 0시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지하에 자리한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상황실에서 국군통수권을 이양받았다.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 시대를 연 셈이다. 모든 국민과 함께 축하를 건넨다. 윤 대통령 자신도 만감이 교차할 것으로 본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샐지도 모르겠다.
나는 윤 대통령이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지켜봐 왔다. 매일 오풍연 칼럼을 써온 터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내 취재망에 잡혔다. 당시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윤 대통령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가 같은 해 이른바 조국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의 진면목이 드러났다고 할까. 윤석열은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
많은 흠결이 있었음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장관에 앉혔다. 현직 검찰총장에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해 그랬을 것으로 본다. 그 같은 결과가 오늘의 윤석열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조국은 취임 한 달 뒤쯤 법무장관에서 물러났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추미애는 윤석열을 전국적 인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윤석열을 발탁한 문재인이 1등 공신이라면, 추미애는 두 번째쯤 된다. 박범계 전 범무장관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나도 오늘 아내와 함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윤석열 대통령 특별초청 케이스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부터 자주 소통을 해왔다. 윤 대통령과 70분 가량 통화를 한 적도 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하는 것보다 전화 통화는 더 진지할 수 있다. 거기서 윤 대통령의 관심과 배짱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진 계기도 됐다. 정치권의 생리를 어느 정도 알고, 오래 취재해 왔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윤석열의 정치 입문을 소개한 책도 한 권 펴냈다. ‘윤석열의 운명’이 그것이다.
윤석열은 나의 예상대로 운명처럼 대통령이 됐다. 따라서 나도 소회가 깊다. 내가 주목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윤석열에 대한 바람도 있다. 꼭,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를 떠났다. 그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수천명이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몰려와 떠나는 대통령을 환송했다. 그렇다고 문재인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볼 수 없다. 국민을 절반으로 갈라놓은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 절반의 지지만 받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말로만 통합을 외쳐서는 소용이 없다. 행동을 통해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가슴에 새기도록. 그 첫 번째는 인사라고 본다.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현재 내각 인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과감히 결단하기 바란다. 인사가 만사인 까닭이다.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말아야 한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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