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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떠나보내며

by 남자의 속마음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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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떠나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투수가 9회말까지 완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전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 헌신적으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정 청장이 있었기에 한국은 코로나를 잘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그 같은 노고에 감사드린다. 정 청장의 업적에 대해 일부 폄하하는 정치권이나 사람도 있지만 다수 국민은 그렇지 않다.

정 청장은 17일 마지막 날까지도 국회에 나와 임무를 다했다. 그리고 오후에 오송으로 다시 내려가 비공개 이임식을 갖고 청사를 떠났다. 그가 정들었던 곳이다. 정 청장은 2017년 7월부터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방역 사령관' 역할을 했다. 본부장으로 코로나19를 마주친 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뒤에는 초대 청장이 돼 '전선'을 떠나지 않았다. 방역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4년 10개월만이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성실한 대응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민들이 그와 질병관리청을 믿었던 이유다. 유행 초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는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면서 머리를 짧게 자른 일화나, 검소한 씀씀이가 드러나는 업무추진비 이용 내역 등이 화제가 됐다. 너무 소탈했다고 할까.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흰머리, 닳아버린 구두, 정 청장의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은 코로나 극복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됐다. 임명장 수여식도 그의 바쁜 상황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현장'에서 진행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직접 찾아가 임명장을 주었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질병청은) 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론을 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코로나 치명률에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얘기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중간 중간 정치권이 끼어든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정 청장이 중심을 잘 잡아나갔다. 정 청장의 앞날에 행운과 건강을 빈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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