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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일반

유승민 패배, 누구의 탓도 아니다

by 남자의 속마음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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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도 욕심이 화를 불렀다.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도 지사에 출마했다가 초선인 김은혜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예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된다고 생각했을 게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다. 반면 김은혜는 탄력을 받았다. 이른바 '윤심'을 업었으니 말이다. 유승민의 정치 생명도 끝났다. 너무 쉽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경선에서 김 의원이 총 득표율 52.67%(페널티 적용 전 득표율 55.44%) 과반으로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고 22일 밝혔다. 유 전 의원은 44.56%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일반 여론조사 50%에 당원 투표 50%를 합산한 결과였다. 일반에서는 유승민이 이겼으나 당심에서 크게 밀려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번 대선 경선과 비슷했다. 당시도 윤석열이 당심에서 홍준표를 눌러 이겼었다.

유승민은 남 탓을 했다. 원인 없는 패배는 없다. 이런 것을 몰랐다면 그가 순진했던 것이다. 경기지사에 출마해 보라고 하니까 덥석 물은 것도 바로 그 자신이다. 탓을 하려면 자기 탓을 해야 한다. 경기지사에 출마할 때만 해도 “감히 내가 나가는데 누가 도전하겠어”라는 생각을 했을 성 싶다. 하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 항상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경기도지사는 누가 여당 후보가 돼든 해볼만 했다. 그러니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것을 유승민만 몰랐을까.

유승민은 이날 패배한 뒤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 "바보처럼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며"면서 "자객의 칼에 맞았지만 장수가 전쟁터에서 쓰러진 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탓을 돌렸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뒤끝이 작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라며 "2016년 진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고 싶었으나, 물살은 세고 저의 힘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도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각오였는데,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면서 "정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기도를 사랑하겠다"고 했다.

유승민은 "여기가 멈출 곳"이라면서 "제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하는 새로운 길을 찾겠다"라고 덧붙였다. 정치는 이처럼 야박하다. 대선에 두 번 나가 연거푸 진 뒤 활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게 정치이기도 하다. 유승민과 함께 대구시장에 출마한 홍준표도 주목된다. 대구 지역 역시 윤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그러나 홍준표는 “두 번 당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유승민의 정치 재기는 어러울 듯 하다.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게 나을 뻔 했다. 거듭 강조하건대 경기지사 도전은 패착이었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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