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태규 인수위원이 11일 전격 사퇴하자 안 위원장과 국민의당을 잘 아는 지인이 한 말이다. 그러면서 인수위에서도 분명 사달을 낼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태는 시간문제였다는 것. 그렇다면 안철수 측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공동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으면 다소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참는 게 마땅하다.
이처럼 불쑥 못 하겠다고 하면 무엇이 되겠는가. 이태규의 사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무슨 사연이 있을 테고, 안 위원장과도 상의를 했을 것으로 본다. 위원장인 안철수가 사퇴할 수 없으니까 대리인격인 이태규가 나섰다고 본다. 지난 10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차 인선과 무관치 않은 듯 하다. 모두 8명을 발표했는데 안철수계로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안철수도 추천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는 당초 행정안전부 장관에 물망이 올랐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행안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은 앉히지 않겠다고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그렇다”며 이를 확인했다. 이태규는 어떤 장관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이는 윤 당선인 측을 배려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 측의 공동정부 구성 보이콧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대선 기간 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 위원장 야권 후보 단일화의 물밑 협상 채널 역할을 하는 등 단일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일찍부터 내각 입성이 점쳐져 왔었다. 실제로 안철수 측근 중 장관 후보감이라고 해보아야 이태규와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등 2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이날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인수위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의 뜻도 메시지를 통해 전달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태규 인수위원은 사퇴 공지가 사실임을 대변인실에 알려왔다"면서 "구체적인 사퇴 이유 및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려움을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그 전부터 약간의 낌새는 있었다. 안 위원장은 전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동 정부 구성'에 합의한 만큼 내각 인선을 사전에 조율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 책임도 사실 인사권자가 지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 아니할 수 없다.
장제원 실장은 '이 의원이 장관 인사 문제로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사퇴 이유를)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도 안철수 측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취임 전부터 불협화음이 생겨 좋을 것이 없다. 명심하기 바란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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