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갔다. 그 전날에는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이 때까지는 아주 모양이 좋았다. 문 전 대통령을 줄곧 비판했던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그 같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평산마을은 그 날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확성기 소음으로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주민 10여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40여 가구가 산다. 문 전 대통령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오고, 소음까지 발생해 주민들의 평온한 삶은 무너졌다고 하겠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얼마나 미안하겠는가. 자신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노인들이 그렇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게다. 노인들의 경우 문지방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한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계속되다보니 병원을 찾기 일쑤라는 것. 평산마을의 평온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의 SNS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다혜씨는 지난 달 30일 ‘이름 없는 꽃’이라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2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첫 번째 게시물에서 그는 “언급해 주고 고소하면 더 후원받으니 더 좋아하고 그들 배불려주는 거니 참으란다”면서 “대체 세상에 어느 자식이 부모님에 대해 욕설하는 걸 버젓이 듣기만 하고 참나. 쌍욕하고 소리 지르고 고성방가와 욕의 수위가 세면 더 좋다고 슈퍼챗을 날린단다. 이들 모두 공범”이라고 저격했다.
그는 “트윗 계정을 만든 이유는, 나의 아버지를 너무 사랑해서. 게다가 여전히 더 큰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라며 “아주 개인적이고 순수한 의도”라고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적극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 개딸(개혁의 딸) 뭔지 모름. 정치적 의도 X. 이제 공인 아님, 기사화 제발 X. 부모님과 무관한 개인 계정임”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평온했던 마을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이 됐다”면서 “문 전 대통령 내외는 마을 주민과 함께 피해 당사자로서 엄중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으름장을 놓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고소 사태가 현실이 됐다. 문재인·김정숙 내외가 31일 대리인을 통해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수단체는 소란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다혜씨의 지적처럼 영리행위를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정부도 손 놓고 보지 말아야 한다. 평산마을 주민들도 행복추구권이 있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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