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안철수와 공동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3일 둘이 만나 그렇게 합의를 했다. 인수위나 조각을 하는 데 함께 하기로 했다. 당시 윤석열은 안철수에게 “종이 쪼가리 같은 것을 믿지 말고 나를 믿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통이 큰 사람이다.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안철수 측 인사 8명을 기용하기도 했다. 안철수는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조각 과정에서 안철수 측이 소외를 당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포함 모두 19명을 발표했는데 이 중 안철수계는 한 명도 없었다. 공동 정부의 취지가 바랠만 하다고 하겠다. 또 안철수 측이 불만을 가질 만 하다. 처음 말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을 사퇴했다. 이 의원의 자리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채웠다.
급기야 안 위원장이 14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기에 여러 가지 기사가 쏟아졌다. 공동 정부 운영에 금이 갔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안철수가 ‘팽’ 당했다거나 또 철수하려는지 모르겠다는 기사도 나왔다. 제3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요즘 전개됐던 국면이 그랬다. 그럼 누가 손해를 볼까. 그것은 보나마나 안철수다. 안철수가 철수한다고 말릴 사람도 없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대로 두라”는 말이 나올 법 하다.
이제 안철수는 예전의 안철수가 아니다. 걸핏하면 짐을 싸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동 정부를 운영하기로 한 만큼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어쨌든 안철수는 곧 출범할 윤석열 정권의 2인자다. 지분이 있다는 뜻이다. 안철수가 하기에 따라 그 지분을 행사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리를 찾아야 한다. 자꾸 삐지는 듯한 인상을 주면 안 된다. 보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얘기다. 집을 비우거나 나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안철수는 2인자의 철학을 배우기 바란다. 공동 정부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해도, 대통령을 앞설 수는 없다. 바짝 엎드려 2인자의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윤석열도 안철수 측을 더 챙길 것으로 본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소외당해 섭섭한 마음이 많을 게다. 하지만 인사는 또 있다. 장관 인사가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실망할 이유도 없다. 더 크게 멀리 보아야 한다. 앞으로 5년 남았다.
윤석열과 안철수가 이날 저녁 서울 강남서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한 만찬임은 물론이다. 둘이 틀어지면 국민들도 좋게 보지 않는다. 둘 모두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옳다. 장 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면서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 걱정 없이, 공동정부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모습이다. 안철수는 15일엔 출근한다. 출근 투쟁은 하루만에 끝난 셈이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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