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9시 전후에 잔다. 오래된 습관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새벽 1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은 더 잔다. 어제 저녁에는 자지 않고 TV 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갈라쇼’를 보았다. 아내가 보고 있기에 따라서 시청했다. 우선 무대부터 화려했다. 지상파 방송보다 훨씬 웅장했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대성공을 거둔 방송답게 짜임새도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 있었다.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준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읽혔다. 그럼 시청률도 높아진다. 동시간 시청률 1위였다고 한다. 출연자 한 명 한 명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정말 잘 했다. 흠을 잡기 어려웠다. 모두들 즐겼다. 힘 빼고 노래를 했다. 골프를 할 때 힘 빼고 치면 공이 더 멀리 나가 듯 큰 울림을 주었다.
내가 가요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들을 줄은 안다. 어제도 한 명의 보석을 발견했다. 1대 국민가수 박창근이었다. 경연에 나온 출연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72년생. 나랑 띠동갑이다. 올해 53살. 내가 그 나이 때는 흰머리가 많았는데 박창근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처럼 보였다. 따로 가꿀 리도 없을텐데 젊음이 묻어났다. 아들 같은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이번 국민가수 경연은 보지 못 했다. 앞서 지난해 열렸던 미스터 트롯은 처음부터 다 보았다. 그 때도 1위 임영웅을 맞춘 바 있다. 처음부터 임영웅을 찍었다. 지금 임영웅은 인기가수 부동의 1위다. 스타 탄생이 따로 없었다. 그 같은 경연이 없었다면 임영웅은 묻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TV 조선의 공이 크다. 박수를 함께 보낸다.
박창근의 노래를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내 귀에는 한국 최고의 가수로 들렸다. 임영웅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의 고음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동안 이름 없는 가수로 활동해 왔다.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국민가수 경연을 통해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전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김광석 이상으로 김광석 노래를 소화했다. 어떤 노래든지 그에게 넘어가면 박창근 노래가 됐다. 개성 만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50을 넘겨 빛을 본 셈이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빛을 볼 수 있다. 상금만 3억원. 그 쓰임새도 감동을 주었다. “서울 화곡동 13평짜리 집을 구할 때 어쩔 수 없이 손 벌린 저에게 엄마는 ‘동생한테는 얘기하지 말그래이’라며 평생 모은 돈을 빌려주셨다”면서 “어머니한테 진 빚도 갚고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마음씨도 참 곱다.
김광석을 특히 좋아한단다. 김광석과 같이 대구 출신이기도 하다. 1999년 정식 데뷔해 23년차 무명가수로 활동해 왔다. 음악계에서는 누구보다 김광석 노래를 잘 부른다고 알려진 그다. 그러나 지금은 김광석을 뛰어 넘어 그만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내도 박창근을 좋아한다. 가끔 드라이브를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박창근 노래를 듣는다. 내가 어제 갈라쇼를 본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도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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