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사상 가장 멋진 모습을 본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법령(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내가 여태껏 보아온 정치인 중 최고의 강수를 뒀다. 의원직 사퇴는 사망 선고와 다름 없다. 윤희숙은 스스로에게 이 같은 선고를 내렸다고 할까. 웬만한 정치인은 감히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정부 여당과 싸워온 만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얘기다. 그래도 사퇴까지 들고 나올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본인 부동산도 아니고, 친정 아버지 부동산 때문인데도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생각도 했을 듯 싶다. 그렇지 않다면 사퇴까지 할 이유가 없다. 앞서 명단에 포함됐던 정치인 가운데 그 누구도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나는 윤희숙에게서 신선함을 느낀다. 그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연설로 스타덤에 올랐었다. 특히 경제 정책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 터라 명단에 포함되자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당연히 대선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나아가 민주당 대선판까지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각 캠프가 윤희숙을 끌어들이려고 공을 들일 듯 하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 13건을 발표했다. 이 중 윤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당 지도부는 전날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의원의 소명을 청취했고, '부동산이 본인 소유가 아니며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문제 없음'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이번 대선 최대 화두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제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 정권과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치열하게 싸워 온 제가 국민 앞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저를 성원해준 당원들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지금까지 어느 정치인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윤희숙에게는 앞으로 더 큰 역할이 주어질지 모르겠다. 경제부처 장관, 총리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많이 아쉬워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판에 던진 울림은 크다. 책임 정치의 초석을 놓았다고 할까.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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