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먹방'을 촬영한 데 대해 사과한 것. 문제가 불거진 지 이틀만에 꼬리를 내렸다. 처음에는 사과할 뜻이 없는 것처럼 변명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나빠지자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진정성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진중권도 이재명을 아프게 때렸다. 그는 이재명이 사과를 하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팩트가 드러나면 사과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떼굴떼굴 잔머리 굴리며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면서 "조국 사태를 봤으면, 이런 문제 길게 끌어야 자기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냥 깨끗이 대국민 사과 하고 끝내라. 소방 구조대장이 고립돼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최고책임자가 떡볶이 먹으며 히히덕 거리는 게 잘 한 짓이냐. 이게 왜 잘못인지 굳이 설명해야 하냐"고 힐난했다.
이재명은 이날 "저의 판단과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시 경남 창원에서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조치 중 밤늦게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날 고성군 일정을 취소하고 새벽 1시반경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힘 유승민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지사는 반성을 한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라며 “사과가 아니라 사퇴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화재 참사 중 관외에서 떡볶이 먹방을 찍었던 무개념 행동엔 변명이 있을 수 없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비겁한 면피성 변명을 끼어넣는 걸 보니 아직 이 지사는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도 “사과가 아니라 진짜 잘못을 은폐하는 사과쇼다. 지금 할 일은 사과가 아닌 귀가”라며 “지금 국민들이 현장에 일찍 오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심성의 문제다. 판단착오가 아니라 기본적 도덕감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과에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재명의 먹방이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듯 하다. 이해찬은 총리 시절 수재 때 골프를 쳤다고 물러난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재명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의 사퇴 요구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재명이 부랴부랴 사과를 한 것도 여론이 악화되고 있음을 느낀 듯 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사과의 목소리가 높았으니 말이다.
정치란 그렇다. 말 한마디에 훅 갈 수도 있다. 황교익씨와 먹방 논란은 형수 욕설, 김부선 스캔들과 함께 이재명 대선 행보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재명의 행적을 보더라도 이율배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황교익이 이재명을 잡을지 모른다는 소리도 나온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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