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는 9월 초 선출된다. 이낙연 정세균 등 일부 후보들이 경선 연기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송영길은 非이재명계의 강한 압박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고수하라는 등식을 따른 셈이다. 경선 연기를 주장한 측도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경선을 연기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의 기강도 무너지고, 엉망진창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결과를 내다보고 원칙을 지켰다고도 볼 수 있다. 송영길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경선을 연기하자고 주장한 측의 명분이 더 약했다. 숫자에서는 우세했지만, 판을 뒤집지는 못 했다. 이런 것을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할 게다.
송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당헌·당규 원칙에 따라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현행 기준대로 '대선 180일 전' 후보 선출을 마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신임받도록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충정 어린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부가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로 이견이 있는 최고위원께서도 양해해주시고 같이 힘을 하나로 모아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3인은 이낙연 정세균 이광재다. 그러나 이 셋도 결국 받아들인다고 했다. 반발할 명분이 약했다고 할까. 이미 대세는 기울어 있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는 "민주당이 지켜온 민주주의 전통을 스스로 허무는 나쁜 선례"라며 "다수 의원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들어 수위를 낮췄다. 이낙연은 "당 최고위의 결정을 수용한다. 당내 논의에서 나타난 의원들과 당원들의 충정은 우리 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귀중한 에너지로 삼겠다"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역시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 실시가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재 의원도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 또한 "당 최고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성심껏 경선에 임하겠다"고 했다.
어쨌든 당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이재명 측이 기선을 제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뜻대로 결론이 난 까닭이다. 이재명은 다른 후보들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제 시간도 얼마 많이 남지 않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예비선거부터 선거인단 모집, 본경선, 후보 최종 선출까지 약 75일로 18대, 19대에 비해 길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여러 지적 사항과 문제 제기 등을 녹여서 새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7월 초 컷오프하고 9월 5일까지 경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나 만일 그때 과반 득표가 안 되면 9월 10일 결선투표를 한다는 게 대략적인 스케줄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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