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도 마음이 급해진 것 같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계파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다시 말해 자신은 계파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을 동시에 겨냥했다고 할 수 있다. 계파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지금 시대에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할까.
나경원은 26일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특정 계파에 속해있거나 특정 (대선)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 받는 당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준석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 견제에 나선 셈이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내에 늘 그동안 친이(親이명박), 친박(親박근혜), 김무성계, 유승민계, 이런 식의 계파의 변화가 와 있었다"며 '고질적인 계파의 그림자'를 거론한 뒤, "외부 (대선)후보들이 정말 마음 놓고 들어올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은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당대표, 그것이 정권교체 당대표의 최고 스펙"이라고 강조했다. 그 적임자가 나경원 자신이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나경원이 특정 계파에 속해있지 않은 것은 맞다. 그렇더라도 계파 문제를 꺼낸 것은 조금 생뚱맞다. 이준석이 뜬다고 유승민계로 몰아붙이는 게 그렇다.
이에 이준석도 맞받았다. 그는 나경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말씀에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지원을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친이계 원로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단체 '국민통합연대'에서 주호영 전 원내대표를 당대표로, 이밖에도 일부 최고위원 주자들을 지지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보도를 공유하면서 "여기저기서 막판에 계파주의에 몰두하는 것 같은데 저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것이 척결해야 할 구태다'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도 SNS에서 나경원을 겨냥해 "계파정치 주장은 이제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느냐"고 맞받았다. 나경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계파 논쟁도 구태다. 나경원이 이준석을 공격하려고 계파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계파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국민의힘을 개혁적으로 바꿔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권주자와 그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 당 대표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케케묵은 계파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미래를 보고 나가야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패배주의에 다름 아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계파 논쟁이 화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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