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절반 이상 말로 먹고 산다. 말을 잘 하면 그만큼 유리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 번 실수하면 평생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정치인이 말을 조심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란 게 조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무심결에 뱉다 보니 주워담기 어려운 때도 적지 않다. 따라서 평소 습관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식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
송영길 새 민주당 대표가 또 사고를 쳤다.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했겠지만, 인식의 저급함을 드러냈다. 비유를 해도 잘 해야 한다. 아주 천한 비유를 했다. 시장 바닥에서나 하는 말이랄까. 그게 송 대표의 밑천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송영길의 실언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더욱 문제다. 2%가 아니라 98%쯤 모자라 보인다고 할까. 집권 여당의 대표여서 그렇다.
송영길이 7일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이 떨어져 사는 이른바 ‘기러기 가족’과 관련,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가 혼자 돌아가신 분도 있고, 또 여자는 가서 바람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경우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비유할 만큼 흔한 일도 아니어서 부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귀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남 나주시 한전공대 설립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나주 혁신도시 내 국제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재선의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의해 제주 국제학교가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설명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하나 배우려고 필리핀, 하다못해 호주, 미국으로 다 애들을 유학 보내고 자기 마누라도 보내서 부부가 가족이 떨어져 사니까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가 혼자 돌아가신 분도 있고, 또 여자는 가서 바람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면서 “완전히 기러기 가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니 미국 가서 영어 배우지 말고 미국 같은 환경을 여기 한국에 만듭시다”라고 노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기러기 가족이 많다. 송 대표처럼 나쁜 사례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자 야당에서 송영길을 비판하고 나섰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외국어 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왜 굳이 이른바 기러기 가족을 폄훼하는 표현을 해야 하나”라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들의 아픔을 보듬지는 못할망정, ‘술 먹는 남자’, ‘바람 피는 여자’ 운운하며 비하 발언을 쏟아낸 송 대표의 인식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소 폭파,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때의 부적절한 발언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 가슴을 후벼 팠다”면서 “사과는 당연한 거지만, 쉽사리 고쳐지지도 않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집권 여당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을 들어야 할 국민들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송영길은 집권당 대표로서 더욱 말조심을 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슬아슬할 때가 많다. 또 무슨 사고를 칠까봐. 각성해라.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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