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는 허니문 기간이라 해 정부 비판을 자제한다. 언론도 대부분 그렇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다. 공과가 적지 않지만, 호된 비판은 덜 받았다. 1인 인터넷 매체인 오풍연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나 역시 그랬다. “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21일 오후 발표했다가 정정한 경찰 치안감 인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정부 인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사상 초유의 일임은 물론이다. 벌써부터 경찰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인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중해야 한다. 공정성을 잃어서도 안 된다. 번복된 인사를 공정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하필이면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사실상 31년 만에 ‘경찰국’ 부활을 선언한 날 이 같은 일이 벌어져 경찰을 더 어수선하게 했다. 7명의 치안감이 당초 발령됐던 보직에서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직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최하위 직급인 9급 인사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경찰 사회는 충격 그 자체다.
정부는 이날 유재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을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으로 내정하는 등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여만에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으로 내정하는 수정된 인사안을 발표했다. 이에 유 국장은 현 보직에 남게 됐다. 유 국장 외에 보직이 변경된 인원은 총 6명이다. 당초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이 내정됐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으로 바뀌었다. 김 서장은 대신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치안감 승진 후 발령됐다.
경찰청 교통국장에는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이 내정됐으나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으로 변경됐다. 대신 김 조정관은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으로 내정됐다. 당초 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으로 내정됐던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은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으로 변경됐다. 중앙경찰학교장에는 정용근 충북경찰청장 대신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 내정됐다.
해명도 오락가락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 안이 있다. 실무자가 최종안을 올려야 하는데 잘못 올렸다"며 "실무자가 인사 발령자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가 관여한 것은 없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거짓임이 들통났다. 여러 안 중에 '이게 최종본이다' 하고 행안부 쪽에서 통보를 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이후 행안부에서 '그게 최종본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
정말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졌다. 경찰 힘빼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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