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안팎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86 퇴진론을 주장하면서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던 그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송영길식 내로남불이다. 당에서 사람이 정 없으니 나서달라고 요청하면 몰라도 그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한다. 이는 자기 합리와에 다름 아니다.
송영길은 오해를 받을 만 하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송영길 차출론에 불을 지폈다. 이재명과 송영길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을지 모른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성호 김남국 의원이 지방에 머물고 있는 송 의원을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송영길은 마지 못해 받아들이는 척 했다. 아마 이를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송영길과 학생운동을 같이 한 김민석 우상호 의원이 그를 때렸다. 치사하다는 얘기. 김민석 의원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했던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송 전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우상호 의원도 지난해 4월 내놓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재확인했고, 86그룹의 대표 주자 격인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도 정계은퇴한 바 있다. 쇄신 차원에서 86그룹이 불출마 또는 용퇴한 것인데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겠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송 대표는) '누구누구가 경쟁력이 있다면 왜 당에서 나를 거론했겠느냐'며 당내 유력 인사를 폄하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달 31일 국회에서 "이낙연 전 총리나 임종석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박영선 전 장관 등 좋은 분들이, 우상호 의원 말처럼 잘해서 경쟁력이 있다면 굳이 내가 거론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선언이 결국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고 탄식했다. 그는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의 유력한 당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재명 상임고문께서 이낙연 고문님을 삼고초려해서 서울시장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이 아름답지 않겠냐. 그러면 어쨌든 그게 또 어떤 바람을 일으키지 않겠느냐, 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김민석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 약 20명은 지난달 31일 모임을 갖고 '송영길 차출론'에 사실상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러다간 송영길이 서울시장 후보가 돼도 나홀로 선거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송영길은 치사한 사람이 됐다. 권력이 뭐길래.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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