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의(80) 전 법제처장과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전 부산지법원장ㆍ전 법원도서관장). 요즘 페이스북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울 용산고ㆍ서울법대 17년 후배인 강 부장판사가 선배인 송 처장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강 부장판사는 법원내 최고의 IT 전문가다. 그 같은 재능을 선배를 위해 바쳤다고 할까. 최근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밤나무 검사의 음악편지'를 펴냈다. 종이 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다.
이 전자책이 나오기까지 채 한 달이 안 걸렸다. 거의 모든 작업을 강 부장판사가 도맡다시피 했다. 며칠 밤을 지새기도 했단다. 물론 재판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준비를 했다. 그는 공과 사가 분명하다. 나는 강 부장판사로부터 전자책 만드는 과정을 대략 설명들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데도 그는 뛰어들었다. 강민구 아니고는 누구도 해낼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어느 누가 선배를 위해 이처럼 헌신할 수 있겠는가.
'밤나무 검사의 음악 편지'는 송 처장이 15년 전 2개월에 걸쳐서 미국에 사는 세 손녀에게 음악 교양과 인문•역사•지리 등 모든 교양 지식을 명곡 클래식 음악마다 해설을 붙여서 일일이 육필 원고로 만들어 보낸 편지들을 모아 이번에 전자책으로 엮은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손녀들에게 주는 산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이보다 멋진 할아버지가 있을까. 그만큼 딸과 사위, 손녀딸들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그 손녀딸들은 지금 미국 최고 명문 대학을 나왔거나 다니고 있는 중이다.
강 부장판사는 "원래 이 책은 세 손녀를 위해서 사신(私信)으로 적은 것이지만 이번에 편집을 다 마치고 나서 보니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사, 중•장•노년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술술 쉽게 읽히는 음악 교양책"이라며 "비록 저자(송종의)는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고전음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음악 애호가이다. 그 식견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지식을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개념으로 이렇게 정리한 것이므로 이런 일은 국내 음악 서적에 관련하여 생긴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송 처장과 강 부장판사는 이번 전자책을 만들면서 많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 내용을 보면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세대를 뛰어 넘어 멋진 우정을 보여준다고 할까. 우선 강 부장판사는 선배인 송 처장의 인간성에 매료됐다. 송 처장이 뛰어난 검사 출신임은 대한민국이 다 안다. 최고의 문장가이기도 하다. 나도 송 처장이 쓴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탄복을 했다. 정말 표현력이 뛰어나다. 생존하는 어느 작가가 송 처장처럼 사물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둘의 길은 달랐다. 송 처장은 검사로, 강 부장판사는 판사로 다른 길을 걸었다. 같은 동문이라고 하더라도 길이 다르면 가까워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강 부장판사가 송 처장에게 먼저 다가갔다. 송 처장이 머물고 있는 충남 논산도 다녀왔다. 사는 모습을 보고 더 존경하게 됐다는 게 강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에 송 처장 같은 어른이 더 계셔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펴낸 '밤나무 검사의 음악 편지'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 그래서 더 주목된다.
세상은 아름답다. 송종의-강민구 선후배가 그런 불빛을 비추어 주었다. 두 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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