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 8일 의원직까지 던졌다. 대선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과연 잘한 결정일까. 사실 이낙연으로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의원직 사퇴는 고육지책이라고 하겠다. 결연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자는 것. 그게 통할 지는 알 수 없다. 이낙연은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12일 1차 전국 투표가 주목된다. 거기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 하면 어렵다.
이낙연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고 할까. 정권재창출은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추구하는 바다. 그 호소만으로는 부족한 느낌도 든다. 왜 이낙연이어야 하느냐를 더 부각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재명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어야 한다.
이낙연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가 아니라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는 2주 후 열리는 호남지역 경선에서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낙연이 호남에서마저 밀리면 더는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어떻게든 호남에서는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들은 의원직 사퇴에 대해 막판까지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이 전 대표 본인이 기자회견 직전 결심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은 승부사 기질로 무장하고 있다. 경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는 지난 7일 '네거티브와의 근절'을 선언하고도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날선 말을 던진 데서도 드러났다.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겠느냐"며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의 도덕성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카드를 던졌지만 일부에서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특히 추미애 후보가 그렇다. 추미애 캠프는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 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 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버리는 것은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경선에 집중하라"고 날을 세웠다. 추미애 측은 이낙연의 이번 선언이 '책임을 지지 않는 후보'의 이미지를 가져와 추 전 장관과의 2등 싸움을 더욱 지피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측은 "종로를 버린 것은 민주당의 위기다. 종로를 저 쪽에 빼앗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낙연은 승부수를 던졌다. 종로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권재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원직 사퇴가 ‘신의 한 수’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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