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가 탄핵 얘기를 꺼낸 것은 백번 잘못 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준석을 겨냥한 게 맞다. 이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폭탄을 터트린 셈이다. 정치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이준석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한 것도 대표답지 않다. 다른 사람이 제기했어야 옳았다. 이준석은 또 그것을 지상중계 하듯 미주알고주알 공개한다.
대표의 품격을 잃은지는 오래 된다. 내가 우려스러워 여러 차례 주의를 촉구했던 바다. 이준석에게서 애송이 냄새가 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참지 못 하는 성격도 대표에 맞지 않다. 이준석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자기가 주연인양 착각한다. 대표는 조연이어야 하고, 당내 불협화음이 없도록 관리만 하면 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대표가 뇌관이다. 불안해서 못 봐줄 지경이다.
어찌보면 탄핵 얘기가 나오게끔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물러나라는 댓글도 많이 올라왔다. 이준석에게도 책임이 많다는 뜻이다. 이준석은 지금 앞뒤를 못 가리고 있다. 대표다움을 잃었다. 진정성도 읽을 수 없다. 정권교체 절호의 기회인데 대표 리스크로 망가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이준석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참 가관이다.
이 같은 탄핵 발언에 대해 윤석열도 불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신지호는 물러나지 않아 봉합됐다고 볼 수 없다. 이준석 측은 신지호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12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 아시다시피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제1야당에 합류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화합과 단결이 절실하다"며 "제가 오늘 캠프에 나와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폐가 될 언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지호를 경질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봐도 어느 누구든 다 법과 원칙, 규정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론이지만 탄핵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신 정무실장의 발언을 지적했다. 다만 "본인이 이거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를 한 이상 지켜보겠다"고 해 경질 의사가 없음도 분명히 했다. 신 정무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윤석열도 이날 이준석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캠프 관계자의 '탄핵 발언'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윤석열은 오후 2시 50분쯤 전화해 "캠프 내에서 지금 분위기를 잡고 있으니 이해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런 분위기가 캠프 관계자 모두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이 신지호에게 야단만 치고 물러나게 하지 않은 것은 기싸움의 연장으로 본다. 이준석에게 불만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봉합되면 좋은 데 그럴 것 같지도 않다. 불씨는 계속 타고 있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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