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감사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일이 벌어질 듯 하다. 아니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그 같은 뜻을 시사했다.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단다. 나올 생각이 없다면 그 자리서 안 나온다고 했을 터. 이제 최재형의 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정치권도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구든지 피선거권이 있다. 대통령도 출마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출마의 자유도 있다. 최재형이라고 안 될 이유는 없다. 선거일 석달 전에 사퇴하면 된다. 공직선거법이 그렇다. 권력기관장이라 안 된다는 예외 조항도 없다. 따라서 최재형이 출마하는 데 딴지를 걸기도 그렇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또 다르다. 둘다 문재인 정권에 저항한 것은 맞다. 윤석열은 지난 3월 4일 스스로 물러났다. 대통령에 나올 생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국민들도 그것을 원한 측면이 있다. 윤석열을 국민 후보로 여기는 까닭이다. 그러나 최재형은 나홀로 투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정치적 독립성과 함께 중립성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검찰총장 출신도 대통령 선거에 나오고, 현직 감사원장도 출마하고. 지금 대선판이 그렇게 됐다. 문재인 정권이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다. 둘은 탄압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윤석열은 지지율 1위의 대권주자로 발돋움했고, 최재형 역시 폭발력을 지녔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야권 지형을 바꿔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 최재형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또 다른 권력기관장인 박지원 국정원장도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는 박지원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 “박지원이라면 이낙연이나 정세균보다 나을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이재명과 붙어볼 만 하다는 얘기다. 지명도만 놓고 보아도 박지원이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에 밀리지 않는다. 박지원은 전국구다.
박지원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해 봤을 것 같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서 모른다. 국민들이 박지원을 부르면 어떻게 할 건가. 그럼 명분이 생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정치인은 국민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박지원을 여론조사에 포함시켜 조사를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는 단박에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2~3위 경쟁을 할 수 있다.
사실 박지원은 누구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역량도 뛰어나다. 나이(79살)가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적어도 박지원에게는 그렇다.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활동을 한다. 같이 등산을 하면 알 수 있다. 박지원과 바이든은 1942년생 동갑이다. 박지원까지 등장한다면 재미 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다. 정치는 알 수 없다.
#오풍연 칼럼
'국내 정치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미애 23일 대통령 출마 선언 (1) | 2021.06.20 |
---|---|
장성철 소장 폭로, 뭔가 냄새가 난다 (2) | 2021.06.20 |
민주당 경선연기 정면충돌, 송영길 리더십 첫 시험대 올랐다 (0) | 2021.06.19 |
그래도 정상외교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0) | 2021.06.18 |
윤석열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라 (0) | 2021.06.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