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리 당당합니까”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이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눈에는 내가 좀 오만하게 비칠지도 모른다. 분명 자리도 높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 기죽지 않아서다. 바로 내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비겁한 것을 가장 경계한다. 옳지 않은 것을 보고 그대로 있으면 안 된다. 최소한 저항이라도 해야 한다.
나는 2012년 2월 사표를 내고 서울신문 사장직에 도전한다. 그 때 이후 불완전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스스로 박차고 나왔으니 편한 삶을 이어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내색을 안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당시 사표를 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삶 자체는 훨씬 풍부해졌다.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공개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한 두 자리가 있다. 하나는 서울신문 사장이고, 또 하나는 내 고향 보령시장이다. 사실 둘다 가망성이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 사장은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나를 받아줄 리 없다. 정부 쪽 낙하산 인사가 그 자리를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권력을 쥔 쪽을 비판하는 터라 그들이 나를 평가할 리 만무해서다. 건설적 비판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싫어하기 마련이다.
보령시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다. 그밖의 연고는 없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데 보령시장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할 자신은 있다고 하는 얘기다. 서울신문 사장과 보령시장 말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에게 어떤 자리든 줄 리도 없지만, 설령 준다고 해도 갈 생각이 없다. 내가 당당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으면 누구의 눈치도 안 본다. 특히 아부는 나의 생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안 하고 말지 굽힐 생각은 없다”고. 더러 뻣뻣하다는 말을 듣는 까닭이다. 고분고분 하지 않아 그렇다. “노선을 바꿔보라”는 말도 듣는다.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 나에게는 그것이 욕과 다름 없다. 그런 것과는 담을 쌓고 살은지 오래다.
자리 뿐만 아니라 돈에 대한 욕심도 버려야 한다. 아무리 많아도 더 갖고 싶은 게 돈이다. 돈에 있어 그만은 없다. 내 경우는 최소한을 추구한다.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 또 없을 경우 적게 쓰면 된다.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내 수준에 맞춰 쓰면 탈도 안 난다. 돈을 추구하다 보면 무리수도 둔다. 사람이 추해질 수도 있다.
많다고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부족한 듯 해야 더 행복하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비워야 한다. 나는 이것을 유창한 말로 ‘비움의 철학’이라고 한다. 말로만 비워서는 안 된다. 실제로 비움을 실천해야 한다. 나도 다소 욕심내는 분야가 있긴 하다. 바로 건강이다. 건강 역시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 나도 새벽마다 2시간 정도 걷는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다. 비움을 실천하기 위해.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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