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지 1년 지났다. 그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많은 얘기를 털어 놓았다. 결론은 잘 했다는 얘기다. 하긴 아무리 못 했어도 스스로 그렇다고 할 리 없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준석도 다르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번 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는 줄곧 이준석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여당 대표로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같은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이준석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재명이 안 된다고 하는 이유와 같다. 둘 다 버릇이 없다. 나는 인륜을 중시한다. 버릇, 이른바 싸가지가 없으면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내가 도덕정치를 주창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준석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 두 차례 선거에서 이긴 점을 자신의 공으로 돌린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선거 성공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보는 관점은 이렇다. 윤석열이 있었기에 대선도 이기고, 지방선거도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대선 때는 이준석이 계륵 같은 존재였다. 오죽했으면 윤석열이 “당대표가 여당 선거 운동을 해주는 초유의 정치 경험을 한다”고 했을까.
대선 때 이준석은 두 번이나 집을 뛰쳐 나갔었다. 해당행위나 다름 없었다. 정당 역사상 이런 경우는 없었다. 사실 이준석 때문에 질 뻔 했다. 이준석이 승리를 이끈 게 아니라, 자칫하면 지게 만든 장본인이 될 수도 있었다. 윤석열이었기에 그래도 이준석을 껴안고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것만 봐도 이준석이 어떤 그릇인지 알 수 있다. 이준석은 이미 그 때부터 자기 정치를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지방 선거 역시 윤석열 바람은 있었어도, 이준석 바람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의 현장 인기가 얼마 만큼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다지 없었을 것으로 여긴다. 반면 윤석열의 바람은 대단했다. 인천, 강원, 충청권에서 국민의힘이 모조리 이긴 것도 윤석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이들 지역에서 민심의 변화를 읽은 뒤 그 같은 전망(대승)을 한 바 있다. 윤석열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를 해온 사람은 바로 이준석이다. 철부지 같은 가출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준석은 또 짐을 쌀지 모른다. 한 번 가출하면 또 같은 짓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리한 이준석이라 안 그럴 가능성도 크다. 이제는 달랠 사람도 없는 까닭이다. 그가 가출하면 문을 아예 닫아버릴 공산이 커서다.
이준석의 자기 정치 강조는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가 오는 24일쯤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기 사퇴론' 등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준석은 위기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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