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숭고하다고 하겠다.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서울고법 윤성근 부장판사가 인세로 받은 돈 가운에 2000만원을 이웃들을 위해 내 놓았다. 솔직히 아무런 정황이 없을텐데 이웃을 생각하는 윤 부장판사의 정신에 존경을 표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 나보다도 남이 먼저다.
법조계는 윤성근 스토리를 대부분 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얘기가 펼쳐졌다. 이처럼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나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아왔기에 두 번째 칼럼을 쓴다. 책 제목은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이다. 윤 부장이 그동안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 책을 펴낸 것이다. 윤 부장이나 가족의 생각도 아니었다.
윤 부장을 위해 그의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들이 먼저 뭉쳤다. 맨 앞장 선 사람은 법원 안에서 IT 전도사로 통하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강 부장의 별명은 ‘디지털 상록수’. 하도 활동량이 많아 ‘도깨비’라고도 불린다. 그가 이틀 만에 책을 만들어 냈다. 강 부장 아니고는 대한민국서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했다. 윤 부장도 대단하지만, 강 부장 역시 칭찬이 아깝지 않다.
초판 5000부를 찍었다. 요즘처럼 불황인 시대에 5000부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강 부장은 밀어붙였다. 여기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강 부장의 서울 용산고, 서울법대 18년 선배이자 윤 부장의 서울법대 19년 선배인 송종의 전 법제처장(대검차장 역임)이 선뜻 인세비 전액을 지원했다. 송 처장과 윤 부장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강 부장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 송 전 처장이 선뜻 거금을 희사했다. 이 역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5000부도 완판 됐다. 동기들 중심으로 구입에 나섰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도 수백권을 주문했다. 나머지 1000여권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모두 샀다. 그래서 완판이 된 것. 두 번째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지성이면 통한다고 했던가. 윤 부장 출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승자다. 윤 부장이 힘을 얻어 훌훌 털고 일어나는 세 번째 기적을 기대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부장판사는 최근 칼럼집을 판매해 얻은 인세 2000만원을 북한 인권단체인 ‘물망초’와 자폐인들을 지원하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각각 1000만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부장판사의 기부 소식을 전하며 “근자에 이 보다 더 고귀하고 숭고한 선행을 본 적이 없다”면서 “자신의 삶이 백척간두에 서 있음에도 사회와 타인에 대한 이타심의 불꽃을 피우는 윤 원장은 진정한 군자”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세상은 살 만 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연말에 들려온 가장 아름다운 소식이다. 윤 부장은 외롭지 않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그의 쾌유를 빌고 있다. 출판 소식은 한 겨울에 핀 장미와 같았다. 우리 사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칼럼을 쓰는 나도 경건함을 느낀다. 거듭 쾌유를 빈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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