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두테르테 설전이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대통령. 국내 정치에 외국 정상을 끌어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외교적 결례이기도 하다. 두테르테는 윤석열이 먼저 꺼냈다. 홍준표 얘기를 하면서 그랬다. 어제 하루 종일 이슈가 됐다. 홍준표는 즉각적으로 받아쳤고, 유승민도 윤석열을 공격했다. 홍준표와 유승민이 윤석열을 협공하는 모양새다.
홍준표는 지난 8월31일 페이스북에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모씨(29)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고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 검사 출신 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사형 폐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여기서 이 같은 홍준표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테르테 식인데 그러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강력하게 처벌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이 흉악범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 대통령은 시스템의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해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에둘러 홍준표를 비판한 셈이다. 좁게 보지 말고 크게 보라는 뜻이다. 그러자 홍준표가 발끈했다. 바로 반응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특수 4부까지 동원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하게 한 분이 확정된 흉악범 사형수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해 형사소송법에 의거,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데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는 "자신부터 문 대통령 지시로 보수·우파 궤멸 수사에 앞장섰던 지난날 적폐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오히려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처럼 수사 지시를 하고 귀하는 그 집행의 선봉장에 서서 정치수사를 감행한 공로로 7단계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誤爆)"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국방위 8년간 겪어본 고(故) 이재수 장군은 훌륭한 군인이었다"면서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사주를 받아 故 이재수 장군의 구속이 결정되기도 전에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적폐수사한다고 얼마나 탈탈 털고 모욕을 줬으면, 이재수 장군을 비롯해 조진래 전 의원, 김인식 KAI 부사장, 변창훈 검사, 정치호 변호사 등 다섯 사람이나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겠나"라고 물었다.
윤석열을 공격하기 위해 홍준표와 유승민이 손을 잡는 형국이다. 윤석열의 반격도 거세질 듯 하다. 다들 싸움닭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오풍연 칼럼
'국내 정치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준표 상승세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까 (0) | 2021.09.03 |
---|---|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있을 수 없는 일이다 (0) | 2021.09.03 |
이재명까지 직접 나선 무료 변론 논란 (0) | 2021.09.01 |
김승원 민주당 의원, 국회의장에 “GSGG”라고 했다가 삭제 (0) | 2021.08.31 |
이낙연측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기는 억지 아니다 (0) | 2021.08.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