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출마하는 사람들은 “나 정도면 되겠지”하고 출사표를 띄운다. 다들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선거를 마약이라고도 한다. 선거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어느 때보다 다른 것 같다. 이른바 마타도어도 먹히지 않는 듯 하다. 그럼에도 막말은 멈추지 않는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그것은 대단한 오판이다. 세상이 바뀐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오히려 표를 깎아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가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예전 형태로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문제다. 불과 1년만에 변한 사실을 모른다고 할까. 작년 총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야당에 대한 미움이 많이 가셨다.
박영선은 아주 괜찮은 후보다. 우상호를 꺾고 민주당 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기대를 크게 모았다. 그 다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박원순 망령이 되살아난 것. 그게 통할 줄 알았던 사람들의 무지몽매를 개탄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원순을 끄집어 냈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박영선을 돕겠다고 그런 것인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그랬는지 알 수 없다.
오죽하면 박영선이 “가만히 계셔 주시면 좋겠다”고 했을까.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다르지 않다. 엉뚱한 소리를 했다. 80~90년대식 얘기로 선거판을 바꾸려고 그랬을 터. 그것 역시 역풍을 맞았다. 이해찬이 친문그룹에서는 환영을 받을지언정 일반 국민들은 그를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가 보통 이상인데 그것을 무시했다고 할 수 있다.
여당은 야당과 달라야 한다. 야당이 마타도어를 터뜨리고, 막말을 하더라도 여당은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다. 박영선이 지금부터라도 그래야 한다. 박영선과 가장 코드가 맞는 사람은 박지원 국정원장이다. 하지만 박 원장이 박영선을 도울 수는 없다. 둘은 의정활동을 같이 할 때도 코드가 척척 맞았다. 박 원장도 박영선이 고전하는 것을 안타까워 할 것으로 본다.
박영선이 ‘나홀로’ 선거를 선언하고 심판을 기다리는 게 나을 듯 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많지만 그들 역시 미운 털이 박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혼자 선거를 치루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승부수다. 문재인 마케팅도 안 통한다. 이낙연도 다르지 않다. 국민들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버렸어도 박영선은 버리지 않았다.
박영선다움을 보여주고 심판을 받아라. 여태껏 해온 것처럼 하면 승산이 없다. 여론조사를 100% 믿을 수 없어도, 민심을 반영한다고 여긴다. 거기서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읽혀지지 않는가. 인물론을 띄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으로서, 장관으로서 잘 해왔다. 성적을 매기자면 A학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영선다운 날카로움을 적극 활용하라. 아직 시간은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오풍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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