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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댁에서 먼저 차례를 지낸다. 사촌들이 모두 모인다. 조카들도 여럿 있다. 대가족이라 50여명은 족히 된다. 제주(祭主)는 큰 아버지. 올해 여든이 되셨다.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다. 술을 부어 올리는 손이 떨린다. 다리도 힘이 없어 절을 하는데 힘겨워 보인다. 이번 제사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조상들에게 예를 올리는 것 같다. 가족들도 대강 짐작은 하고 있다. 그래서 분위기는 더 숙연했다.
2010년 설 제사를 올린 뒤 블로그에 쓴 글이다. 마침내 그 백부님이 추석을 이틀 앞두고 운명하셨다. 월요일 아침 대전의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 놔 바로 받지 못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큰 아버지가 방금 전 운명하셨다.” 예상은 했지만 적잖이 놀랐다. 워낙 정신력이 강한 분이라서 당분간 더 버틸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운명은 재천이라고. 한 많은 인생을 그렇게 마감했다.
추석날 발인을 할 수 없어 4일장을 치루기로 했다. 때문에 조상님 차례상도 차려드리지 못했다. 모든 식구들이 장례식장을 지켰다. 유독 사랑을 많이 받았던 나다. 고인께 따로 해드릴 것이 없다. 짧은 글로 작별을 고한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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