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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공부를 잘한 학생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경영대를 가서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어라. 법대에 가 판‧검사가 돼서 집안을 일으켜라.”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 부모의 꿈을 이루곤 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흔히 썼다. 선망의 대상이 됐음은 물론이다.
나에게도 그같은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말에 도회지로 전학을 갔다. 좋은 고교, 일류 대학에 가길 원하는 부모님의 배려에 의해서였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그 꿈이 영글어 가는 것 같았다. 상위권 성적을 계속 유지해 별반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2년을 마치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토록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시던 아버지가 순직하셨다. 정말로 하늘이 노랬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40대 초반의 어머니와 형제 5명만 남았다. 앞으로 살길을 걱정해야 했다.
다행히 지역의 명문고교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경영대와 법대는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어머니는 계속 원하셨지만 내 마음속은 이미 떠나 있었다. 막연히 철학과를 희망했다. 무슨 이념이나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대학을 마쳤다. 오늘의 나를 있게해준 토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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