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안동지청장도 임은정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줄곧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검찰처럼 사명하복이 지켜지는 조직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는 않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어느 새 박철완도 유명 인사가 됐다. 박철완 자신은 그런 줄 모를지 모른다. 모든 언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주목하듯이 박철완도 눈여겨 본다. 지금 박철완은 거기에 일정 부분 맛을 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든지 자기 주장을 할 때는 남들도 공감했으면 한다. 그게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박철완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릴 때는 그런 점도 심사숙고할 것으로 본다. 어제는 윤석열을 때렸다. 그동안 윤석열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번에도 대다수 언론이 그의 주장을 보도했다.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비판” 등의 제목이 나왔다.
나도 무슨 얘기인가 하고 기사를 읽어 보았다. 검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박철완은 검사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검찰조직만 생각했다. 더 큰 그림은 보지 못 했다. 현재 국민들이 어떤 심정으로 윤석열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정치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그랬으면 하는 자기 바람을 담았다. 물론 그것 역시 자유다.
왜 국민들이 윤석열에게 열광하는 지는 못 깨달은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나머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던 터에 윤석열이 자연스럽게 부상한 것이다. 윤석열을 이른바 ‘국민 스타’로 만들어준 것도 문재인 정권이긴 하다. 그 첫 번째 공신은 바로 문 대통령이다. 두 번째는 조국, 세 번째가 추미애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예비 정치인 윤석열도 탄생하지 않았다.
박철완은 31일 검찰 내부망에 쓴 글에서 "전직 총장의 정치 활동은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총장에게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다시 말해 정치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박철완도 자기 모순에 빠졌다. 지금은 검찰보다 국민이다. 국민의 바람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검찰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윤석열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것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가. 하긴 검찰 조직 안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게 좋다. 그러면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윤 총장은 절제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것 역시 국민들이 바라는 바다. 이낙연은 그것을 계산된 행동이라고 했다. 지금은 윤석열이 기침만 해도 기사가 되는 세상이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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