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백의종군”, 그 역할은 충분히 했다
홍준표는 기분이 착잡할 것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이기고도 당심에서 져 최종 후보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실력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의 말대로 26년간 당에 헌신했는데도 결과는 그랬다. 그 자신도 되돌아 보아야 한다. 누구 탓을 할 것도 없다. 문제는 홍준표 자신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치를 얼마나 더 할 지는 모르겠지만 명심해야 한다.
“경선 결과에 승복 합니다. 국민 여론에서는 예상대로 11%나 이겼으나
당심에서는 참패 했습니다. 민심과 꺼꾸로 간 당심이지만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 합니다. 홍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힘을 합쳐 정권교체에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어도 이당은 제가 정치인생을 마감할 곳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평당원으로 백의 종군 하겠습니다. 모든 당원들이 한마음으로 정권교체에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홍준표가 5일 전당대회가 끝난 뒤 잇따라 페이스북에 올린 두 개의 글이다. 그의 심정이 절절이 묻어난다. 참패, 헌신짝, 백의종군에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승복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그것 역시 홍준표답다. 민주당 이낙연 후보는 머뭇거렸다. 홍준표는 향후 어떤 길을 걸을까. 당장 이번 선대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경선 직후 낙선 인사를 통해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모두 합심해서 정권 교체에 꼭 나서주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렇다. 홍준표가 없었다면 경선 흥행도 기대하지 못 했을 것이다.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윤석열의 적수가 없었다.
홍준표가 이만큼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도 없었다. 홍준표는 모두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홍준표는 차근차근 따라붙었다. 지난 추석을 전후로 골든 크로스를 이뤘다고도 주장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앞서 나가기도 했다. 국민 상대 여론조사에서 11%포인트나 이긴 게 그것을 말해준다. 홍준표가 치고 올라오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팽팽해졌다. 윤석열 캠프도 홍준표의 부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경선을 멋지게 마무리 했다. 거기에 홍준표의 공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 하더라도 그 역할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30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홍준표를 지지했던 젊은층이 윤석열을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그의 남은 역할이라고 여겨진다.
홍준표는 독특한 정치인이다. 자기 세력을 만들지 못한 것도 그가 유일하다. 그렇게 해서 그의 정치 실험은 끝났다. 정치는 세(勢)란 말이 이번에도 입증됐다. 윤석열은 조직이 있어 이길 수 있었다. 26년 대 4개월. 홍준표와 윤석열의 대비되는 정치 인생이다. 그러나 정치 초보의 승리였다.
#오풍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