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소방관 끝내 돌아오지 못 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불길을 뚫고 나올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게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고 김동식 소방관 얘기다. 온 국민이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를 건넨다. 김 소방관은 자기 직무에 충실하다가 먼저 갔다. 작은 영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구조대장인 김 소방관은 지난 17일 화재 진압 도중 실종된 뒤 48시간 동안이나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9일 낮 12시 10분쯤 주검이 되어 동료들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2시간 40여분 만인 17일 오전 8시 19분쯤 큰 불길이 잡히면서 화마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뒤인 오전 11시 20분쯤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들어갔다. 그리고 못 나왔다.
당시 김 대장 등이 지하 2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세졌다. 이에 오전 11시 40분쯤 김 대장과 동료들은 지하 2층에 진입할 때와 반대 순서로 탈출을 시도했고, 선두로 진입했던 김 대장은 탈출 대열의 마지막에 있었다. 급박한 상황 속 대원들은 구사일생으로 불길을 뚫고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뒤를 지켰던 김 대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의 동료들은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김 대장이 못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김 대장은 화재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고 그의 생환을 기다렸지만 그 같은 기대는 무너졌다. 다른 동료들을 먼저 내보냈던 셈이다. 구조대장으로서 마지막 역할까지 다 했던 것.
문재인 대통령도 김 소방관의 순직을 안타까워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소방대원들의 안전부터 먼저 챙기며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인 구조대장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기다렸는데 마음이 아프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19일 오후 6시 30분쯤 김 구조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하남 마루공원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김 창업자 방문에 앞서 강한승 쿠팡 대표도 빈소를 방문했다. 강 대표는 “고인의 숭고한 헌신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유가족의 슬픔을 덜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방관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큰 울림을 남겼다. 투철한 직업 정신과 동료애라는. 거듭 명복을 빈다.
#오풍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