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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법조 기자와 검판사들

by 남자의 속마음 202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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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찰을 친정이라고도 한다. 수습기자를 뗀 이후 처음 배정받은 출입처가 바로 법조다. 보통 법조는 검찰, 법원, 변협, 헌법재판소를 취재한다. 그 중에서도 검찰을 주로 취재하다보니 검사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기사도 검찰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가을부터 법조를 출입했다. 나 스스로 ‘5공 기자’라고 할 때도 있다.

내가 처음 법조를 출입할 당시 황교안(연수원 13기) 전 총리도 공안부 말석 검사였다. 채동욱(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 동기들은 나보다 늦게 검찰에 들어왔다. 그들은 군 법무관을 마친 뒤 88년 봄 임관했다. 그래서 나는 우스개 소리로 13.5기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내 설명을 듣고나서 이해하곤 했다. 황 전 총리 등과는 지금도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지낸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비슷하다. 검사와 기자는 특히 친하게 지낸다.

지금 대장동 사건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김만배씨도 기자 출신이다. 지난 달까지 한 경제지 부국장으로 있었다. 그 역시 법조를 오래 출입했다고 한다. 나는 김만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출입 당시 웬만한 법조기자는 다 아는데 그와 겹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가장 자랑하는 대목도 국내 제1호 ‘법조대기자’ 타이틀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손가락질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싸잡아 ‘법조카르텔’이라고 공격하기 때문이다.

기자와 검사는 아무리 가까워도 취재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지켜야 할 선은 분명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것이 무너졌다. 거론되는 한 명 한 명이 내로라하는 거물급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지검장, 이경재 변호사 등. 대한민국 어떤 기업도 이 같은 호화군단을 거느릴 수 있겠는가. 단연코 없다고 본다. 김만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여긴다.

이처럼 폼 나는 사람들이 고문 등으로 있으면 다들 부러워 한다. 무시당할 리도 없다. 김만배가 노린 대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만배가 떼돈을 벌어 실탄은 충분했다. 대리급 사원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줄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월 고문료 1000만~2000만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말하자면 돈으로 사람을 산 셈이다.

김만배는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참고인 신분이라고 한다. 경찰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 조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직접 나서든지, 특검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
#오풍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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